처음으로 마스터링을 한 1:1 시나리오였어요.
상냥한 플레이어님과 다녀와서 네.. 참 여러모로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진짜 후유증 너무 심할 것 같아요.
나머지 자세한 이야기는 접기로.. 스토리가 적나라하게 나와있기 때문에
루비는 정말 상냥했어요.
오브한테 처음부터 친근하게 다가갔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강아지처럼 쫄쫄 쫓아다니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은 몇몇 판정에 성공해야하는 핸드아웃의 경우
쉽게 알아내지 못할 것 같다는 문구를 넣었는데
보자마자 쪼르르 오브한테 들고 가서 물어보시는 것도 좀 귀여웠어욬ㅋㅋㅋ
천문학을 41을 찍었는데 강행까지 실패해버려서
결국 오브가 별자리도 읽어줬어.... (아련)
책갈피를 발견하고, 기억에 없는 에른이라는 이름과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는 걸 보고도
오브가 '헬리오트로프'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뜻 가지라고 건네준다든가.
사실 그때 마음이 되게 이상했어요.
오브라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자신에게 다시 그 책갈피를 안겨주는 루비를
어떤 생각을 하면서 바라봤을까요.
전반적으로 오브에게 호의적이고 상냥한 루비였지만
미고가 있는 방의 기괴한 광경을 목격했을 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 오브의 태도에 대화하기를 포기하는 모습도 보였어요.
사실 이 때 이제 오브에게 의심을 가지는지, 이제는 더 호의는 없는 건지
파악을 했어야 했는데 판단이 안서서.. 결과적으로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기까지;;;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오브를 신뢰하고 있다고 대답하셔서 역시 루비라는 생각도 했네요.
그리고 대망의 수기 정독...
읽으시고, 광기에 빠지셔서 광기굴림했더니 필사적 도주 떴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여기서 어떻게 해야하지 그대로 엔딩인가???? 이러면서 가루비님께 맡겼더니
당연히 마스터키 들고 도망가실 줄 알았는데 처음 들어온 방으로 들어가셔서
와.. 정말 네 한숨 돌렸습니다. 오브가 급하게 쫓아갔어요.
그리고 드디어.... 오브가 처음으로 목소리로... 루비를 부르는데...
너무 책을 읽었엌ㅋㅋㅋㅋ 제 알피 완전 망했구요
아니 할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하고 있어! 라고 생각하면서 했는데
다시 들으니까 이건 답이 ㅇ벗다.. 아니 이런 망한 RP의 에른 말투로 그 내용을 듣고
루비가 울었어요..... 와 루비 울었엉 ㅠㅠㅠㅠㅠ 가루비님 알피 진심 너무 막 ㅠㅠㅠㅠ
막 흑흑 울면서 왜그랬냐고 책망하는데
진짜 오만감정이 다 올라오면서 막 맘아프고 말문 막히고..
아마 에른은 이미 루비가 죽고 나서 이런 일까지 벌일 정도로 망가졌을 거라
울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에른 뒤의 제가 조금은 울뻔했었다는 그런 민망한 이야기..
네 그래서 울던 루비가 보고 싶다고 상자 벗어달라고 했을 때 진짜 에른 멘붕왔겠다.. 싶었어요
아니 보고싶다고 하는데 얼굴이 그꼬라지야ㅠㅠㅠ 와..
그래서 맘찢맘찢하다가 바로 노이즈 오면서 쓰러지니까 루비가 상자를 벗겨버렸엌ㅋㅋㅋㅋ앙ㄴ돼...
조종당해서 다행이야 에른.. 맨정신으로 벗겨졌으면 에른이야말로 이성치체크를 했어야했겠지-ㅂ-
그리고 꽃다발에 대한 추억을 말하고, 미고를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에른을 보면서
루비가 한숨을 푹 쉬면서 '네'라고 대답했어요. (으아아 한숨섞인 대답 으아아아아)
사실 저는 이 세션이 메리골드 엔딩을 보게 될거라는 예감을 가지고 플레이를 했는데
역시 에른이 원하는 게 뭐냐고 묻고, 바로 들어주겠다는 대답을 하더라구요. 진짜 루비 너무 착하잖아..
그래서 미고는 슥슥 갈리고,
에른은 루비의 손을 꼬옥 잡고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는데
출입구에서 루비가 잠시 망설이더라구요.
사실 저도 이때 막 에른한테 너무 이입해서 나중에 엔딩 후 후담때 제가 막 강제로 끌고나왔나 걱정했는데
다시 들어보니까 다행히 의견을 물어봤었습니다 다행이야...
사실 같이 죽으려는 생각도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맞아 저도 그랬어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 ㅠㅠ
그런데 에른이 이렇게까지 사랑해주고 헌신해줬으니까, 살아야겠다고.
그래서 결국 망설이던 루비는 에른의 손을 잡고 현관으로 나와서 그들이 살던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좀 했어요.
루비가 에른과 지낸 그 5년동안 뭘 했을까,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아마도, 대학교엔 가지 않았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루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힘들게 일하는 에른을 떠받쳐줬을 것 같다고.
에른은 일적인 면에서는 완벽하지만, 일상생활은 완전 허당이었을 것 같다고 하셔서
아마 루비는 에른은 내가 없으면 안돼- 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퇴근시간이 되면 따뜻한 음료수를 준비해서 어서오라고 맞아주기도 하고,
일에 치여서 생일을 잊어버리면 삐져버리기도 하고.
단란한 가족이었을 것 같네요.
그래서 에른은 루비에게 어떤 존재였을까요? 라고 물어봤더니
부모와 연인 그 사이에 있는 그런 존재였을거라고 대답해주셨어요.
그리고 에른을 잊지 않고 계속 에른에게 편지를 쓰거나, 혹은 수기를 쓰면서 하루하루 살아갈거라고.
이 후일담까지, 상냥하고 다정하면서도 강한 루비의 면모가 잘 드러났어요.
정말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캐릭터였구요.
그런 얘기를 하면서 저도 제 탐사자였던 제니를 떠올렸어요.
제니는.. 아직 19세였으니까. 고등학생이었구요 (미국의 학제는 잘 모르니까 그냥 한국이랑 같은걸로<)
제니는 아마 에른에게 매우 의존적이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에른은 제니에게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부모였을거구요.
그래서 제니는 에른이 미고를 죽여달라고 했을 때, 미고는 죽여야하지만- 그러면 에른이 죽은 세상에서
어떻게 나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감정을 강하게 느꼈어요. 그게 알피로 드러났죠.
에른 없는 세상에서 나혼자 어떻게 살아가라고! 라는 외침은 지금 생각해도 어린아이의 투정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클론이라는 사실에 대한 위화감보다는, 그걸 단지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로 받아들이고
이런 에른이 이 세상에 없는데, 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어?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메리골드 엔딩을 본 후에도, 아마 살고 싶지 않지만 에른이 자기를 위해 그렇게까지 한 마음때문에
어떻게든 하루하루 힘든 삶을 이어갔을 것 같아요.
그래서 똑같이 죽고싶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각자 다른 마음을 안고 에른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두 탐사자가
'멀리 있는 당신에게'에서는 어떻게 살아갈지, 그것도 무척 기대가 되고 있어요.
저는 제니가 혼자서 살아간 시간이 쌓인 만큼, 조금 더 크고 조금 더 혼자 설 수 있는 아이로
변화한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플레이를 세시간 했는데,
후일담 + 잡담 섞어 플레이 시간 만큼 수다를 떨었어요 -ㅁ-...
정말 여운 많이 남아서 사실 이 후유증이 참 오래갈 것 같아요.
시나리오 첫 마스터링이고,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이걸 내가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
일단 저는 제 알피를 듣고 좌절했지만 가루비님께서 칭찬해주셨으니까 살아납니다!! 짠짠
준비하면서 계속 걱정했는데, 준비한 만큼은 어느 정도 나온 것 같아요.
제 첫 마스터링에 흔쾌히 플레이어로 참여해주신 가루비님께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너무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었어요^^!!
오브: "HELLO, MY DEAR""나는 오브젝트 헤드라고 부르면 돼. 길면 오브."
"이 곳은...."
"너를 나가게 하기 위해서 온거야"
"다친 곳은 없니?"
"그럼 바로 나갈 거니?"
"그럼 그러자"
"응"
"위험해"
"여기서 기다려"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너무 가까이 오지는 마"
"위험하니까..."
"가운데 캡슐 안에"
"무기가 있을거야."
"그거"
"전기총"
"괜찮다면 나에게 줄 수 있겠니"
"나는 괜찮단다"
"어디보자"
"....."
"춥지 않니?"
"아니야"
"그러렴, 아 잠깐만"
"내 가운 주머니속에 물건이 없니?"
"잠깐만"
"없어..."
"네모난, 보라색 카드키"
"어쩌지..."
"글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나도 모르겠어"
"음.. 그러자."
"내게도 중요한 물건이지만"
오브: "그 카드키가 있어야 여기서 나갈 수 있어"
"응. 꼭 찾아야해"
"같이 찾아보겠니?"
"그래, 그럼 찾아보자"
"가능하면 열지 마"
"응..."
"글쎄, 내가 아는 사람일까..?"
"...어느 정도는"
"그래, 간단한 별자리 정도는 알아"
"글쎄.... 내가 찾을 수 있을까"
"아....."
"헬리오트로프. 꽃말은 헌신. 내가 좋아하는 꽃"
"응, 정말 좋아해"
"그렇구나"
"나도 그 꽃말이 무척 맘에 들어"
"내가?"
"응.. 알았어. 고마워"
"응? 도와줄 수는 있지만..."
"그걸로 뭘 하게?"
"미고....."
".. 아무것도 아니야"
"그러자
"응 그래야해"
미고 파괴 작업 대기 상태. 이 작업을 시행하려면 마스터 카드키가 필요합니다
"안봤으면 좋았을텐데...."
"뇌야. 사람의"
"저 통은..."
"너무... "
"기억을 잃어버렸니?"
"...이름이 뭐야..?
"...그렇구나"
"네시간에서 여덟시간 정도 의식을 잃어"
"그리고 단기 기억상실을 유발하지."
"왜 그렇게 생각하니?"
"어떤 기억이야?"
"그렇구나.."
오브: "글쎼, 내가 너랑 만난 적이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없지는 않지만....."
"같이 가자"
"그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