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헬리오트로프를' 두번째 마스터링 다녀왔습니다.
가루비님 세션의 NPC가 내 NPC로 고정되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고.
가루비님이 칭찬해주셨음에도-ㅂ-.. 역시 헬리오트로프는 시나리오의 무게가 무거워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커서 마스터링을 선뜻 맡기가 너무 어려웠어요.
이전에 플레이 약속을 해드린 분은 최근까지 바쁘셔서 날을 못잡았었고(.. )
그렇게 지내다가 시하님과 대화 중, 헬리오트로프를 아직 못하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엄청난.. 진짜 실로 엄청난 퀄리티의 RP를 보고 감탄만 했었던지라
SIHA (시하) 님의 PC인 19살의 에릭 화이트.
시종일관 유쾌하고 밝은 캐릭터여서 참 귀여웠어요. 몇번이나 웃음을 터뜨릴 뻔 했습니다.
와 이 캐릭터의 귀여움을 나밖에 못보다니 너무 아까워서 디라님께 로그조공을 드리고 싶다고 말씀드리기까지..
여튼 네 그렇습니다.
성격이 매우 발랄한 에릭은 살갑게 오브에게 다가갔어요.
마치 슈퍼히어로처럼 오브가 구하러 와 줬다고 생각을 하고, 매우 잘 따랐죠.
초반부터 몇 가지 대화에서 오브가 움찔움찔한 부분이 있었지만 (나 죽은 건 아니지? 라는 부분이라든가 기억 없다든가)
전반적으로 밝고 유쾌한 분위기로 흘러갔어요.
개인적으로 제 머릿속의 오브는 지치고 몸을 돌보지 않아 삐쩍 마르고 웃을 자격도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인물이라
이모티콘을 쓰거나 웃거나 하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에릭의 모습을 보고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떤다던가, 농담을 한다던가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어요.
PC의 성격에 따라 자연스럽게 오브의 행동도 변화하는구나, 이게 되긴 하네 하는 생각이 들어
이쯤부터 조금 편하게 마스터링한 것 같아요.
그리고 화분 방에서 에릭이 기억을 찾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 오브는 주저하면서도 기억을 찾게 도와주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ㅠㅠ
그리고 헬리오트로프.. 아니 왜 제 세션 PC님들은 뭘 못 줘서 안달이신겁니까ㅠㅠ
저번에는 이 꽃 좋아한댔으니까 당신이 가져요 하면서 책갈피를 다시 자기 손으로.... 건네주더니
이번 세션에서는 이 꽃 좋아한다고 했으니까! 라고 하면서 헬리오트로프 한줄기 꺾어주고
오브가 이 꽃을 받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온갖 생각이 다 들면서 가슴이 너무 먹먹하고
아마 이쯤부터 오브는 에릭에게 조금 더 마음을 열었을 것 같아요.
여전히 이름을 불러주지도 않고, 인정도 하지 않지만 한 켠으로는 이미 이 아이가 에릭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방에서는 조금 더 친밀한 모습을 보여주죠. 머리를 쓰다듬고 귀여워하고.
그리고 네 대망의 그 방.. 에릭은 그 저널을 읽게 됩니다.
지금까지 특유의 쾌활함으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버텨왔던 에릭은
이 시점에서 설정된 최대치의 이성을 잃고 광기에 빠져버렸어요.
그 후 오브의 정신분석을 받고 정신을 차린 에릭은.. 자신을 에른이 살려줬다며 바로 에른의 걱정부터 하기 시작하죠.
정말 너무 착하고 순수한 아이였습니다 ㅠㅠ 어떻게든 에른을 살리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보면서
그건 안돼.. 미안.. 하는 제 마음이 너무 ㅠㅠㅠㅠ 사실 그렇게 절박하게 살리려고 하지 않으셨다면
죽음을 바라는 모습도 같이 보여주셔서 비정규엔딩이지만 동반자살을 권해볼까도 싶었는데
정말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셔서 제가 좀 강력하게 메리골드 엔딩으로 끌고 가기도 했어요. (후속편을 위하여)
특히 미고에게 조종당했을 때의 에릭의 알피는.. ㅠㅠㅠㅠ 역시 시하님 알피는 명불허전이야..
순간 다이스갓도 도와주셔서 에른은 정신을 차리고, 결국 에릭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전부 다 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상냥한 에릭을 잘 달래 결국 미고를 끝장내기로 합니다.
고민하실 때 조금 더 강력하게 착한 에릭의 마음을 이용하는 에른의 이기적인 모습을 더 보여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너무 심한 것 같기도 해서 거기까지는 못했어요. 근데 진짜 제 에른이라면 너는 살아라,
착한 아이지, 말 잘 듣지, 하면서 어떻게든 에릭을 메리골드로 이끌 것 같았습니다.. 그게 에른의 일그러진 사랑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그리고 어떻게든 에른을 살리려는 에릭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다가 클론에 대한 잘못된 설명을..
기억이 이동한다기보다는 기억까지 가진 그대로 클론을 만들어버린다는 쪽이 더 가까울거예요;ㅅ;)
그리고 에릭은 시설을 떠나기 전, 에른한테 헬리오트로프 화분까지 안겨주고 ㅠㅠㅠㅠ
자신의 몸과 영혼까지 모두 에른이 만들어 준, 현재의 자신은 정말 에른이 진짜 아버지일거라고 하셔서 와...
전 이런 생각은 못했었거든요. 정말 시하님 너무 멋지세요 (엉엉)
그 뒤로 내내 에른을 어떻게든 되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생명공학과 신화적 탐구에도 뛰어들거라고 해서
네.. 에릭은 정말 상냥하고 착하면서도 한편으로 에른과 꼭 닮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플레이, 그리고 후일담 내내 에릭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답니다.
사실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세션을 열었던 다른 세션과 다르게
'네게 헬리오트로프'는 항상 걱정되고 무섭고 망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더 컸는데
플레이가 끝난 후, 시하님께서 제 키퍼링으로 이 시나리오를 플레이한 것은 행운이라고 해주셨어요.
(자랑 맞습니다 으하하하)
그래서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이 이상 가는 칭찬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도 시나리오가 헬트인데..ㅠㅠ
플레이어가 시하님이어서 저도 이렇게 할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감동적인..(진부한 표현이지만요) 시나리오를 만들어주신 디라스티트님께 정말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몇번이고 말씀드리지만 정말 제 마음의 존잘님이십니다 ㅠㅠㅠㅠ 이런 멋진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